조지아(Georgia) 자유여행 6일차(2025.10.16)― 카즈베기 2박을 마치고, 트빌리시로

안개 낀 아침, 느긋한 시작

날씨 앱이 예고하던 대로, 오늘 카즈베기는 안개가 낮게 내려앉았다.
어제의 화창한 푸른 하늘과는 다른 아침 날씨.
발코니에 앉아 산 능선을 더듬어 보지만,
설산과 게르게티 교회는 구름 속에서 보일듯 말듯 했다.

따뜻한 커피를 내려 식탁에 앉자,
주인장이 푸짐한 아침(오이/토마토 샐러드, 소세지, 계란 오믈렛, 피자)을 차려 내고,
와인 한 병을 선물해줬다.
한국인들의 숙소 평점이 후할 만했다.

Rooms Hotel, 카즈베기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본 아침

아침 식사 직후, 짐을 싸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카즈베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Rooms Hotel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새벽부터 내려앉은 안개가 여전히 산을 덮고 있었고,
게르게티 교회와 설산 능선은 구름 속에 감춰져 윤곽만 어렴풋이 드러났다.

호텔 카페와 호텔 앞 테라스를 한 바퀴 돌며
구름 속에 잠겨 있는 카즈베기 마을과 계곡을 내려다봤다.
전날과 정반대 풍경 — 맑은 날의 선명함과 안개 낀 날의 고요함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체크아웃 & 마을 센터로

짧지만 충분한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되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10:30쯤 캐리어를 끌고 마을 센터로 향했다.
캐리어 바퀴가 흙과 자갈을 긁으며 작은 소리를 낸다.

트빌리시행 Marshrutka는 7, 8, 9, 10, 11, 12시, 13:30, 14, 15:30, 17, 18시.
10시 차는 늦게 막 떠났고, 11시 마르슈루트카가 이미 주차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중.
요금 ₾20(승객 15, 캐리어 5)를 내고 좌석을 잡으니,
이내 사람들이 차오르고 정각에 출발했다.

카즈베기 → 트빌리시 (2시간 30분)

카즈베기 오는 날, 구다우리 고갯길에 탱크로리로 가득했던
군사도로는 오늘 따라 한산했다.
구름은 낮게, 길은 길게 이어졌다.

중간에 진발리 호수에서 잠깐 쉬는 동안,
에메랄드빛 저수지와 그 뒤를 감싸는 산맥이 그대로 한 화면에 펼쳐진다.
차창 밖으로만 보던 풍경이 발밑에서 살아 움직이듯 펼쳐져 모두가 내려 사진을 남긴다.

한쪽에는 각종 따뜻한 옷가지와 모자를 잔뜩 진열한
노점상들이 줄지어 서 있어 잠시지만 여행 티가 물씬 난다.

차가 다시 속도를 내더니 곧 트빌리시 표지판이 보였고,
매연과 차량이 몰려드는 걸 보니 도시에 다시 들어온 것이 확실했다.
잠시 후 디두베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지하철 1호선 → 자유광장(Freedom Square)

버스 터미널 옆 디두베 역에서 교통카드로 지하철 1호선(₾1)을 타고 자유광장역으로.
에스컬레이터의 빠르고 강한 금속음, 역사 벽의 오래된 문양, 역사 안의 작은 빵 냄새까지
— 트빌리시는 촘촘하게 기억에 박힌다.

자유광장역 바깥은 보도를 조금 벗어나니 이내 돌바닥 골목,
캐리어 바퀴는 종종 멈칫하고, 손은 더 자주 멈춘다.

보호구역인 구시가지의 곳곳에 허물어진 건물로 인해 막다른 곳이 많아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크게 우회, 우회해서 호텔을 찾아 간다.
그래도 돌 길을 천천히 걸어 숙소에 닿는 게 이 도시와 친해지는 방법이다.

호텔 체크인, 그리고 창가 풍경

엘리베이터 없는 3층.
캐리어를 들고 한층 오를 때마다 숨이 가빠지고,
문을 열자 창밖으로 구시가지 지붕들과 레스토랑 간판이 흘러든다.

2층 다이닝룸 옆 작은 발코니에 서서 밖을 내려다 보면,
좁은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말과 웃음이 한낮의 소음과 뒤섞여 올라온다.
왁자지껄 카페에선 피아노 치는 모습도 보인다.

시계탑 거리, 구시가지 Loane Shavteli St.

짐을 풀자마자 호텔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예쁜 거리를 찾아 나섰다.

호텔 옆 골목, 구시가지 Loane Shavteli St.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카페와 성당이 번갈아 나타나고,
길이 꺾이는 지점에서 특유의 비틀린 시계탑이 시야를 잡아 끈다.

이 골목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로 붐비는 시계탑 앞에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춘다.
기울어진 듯한 독특한 구조와 알록달록한 타일 장식 덕분에
이곳은 트빌리시를 대표하는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매 시각 정해진 시간에 인형이 등장하는 작은 시계 공연이 시작되면 골목이 잠시 조용해지고,
모두가 고개를 들어 그 짧은 순간을 지켜본다.
예스러운 건물 사이에서 이런 아기자기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트빌리시 구시가지의 매력이다.

그 길 끝의 Nikoloz 거리로 빠져나오는 출구에는 작은 동상과 조형물이 무심히 놓여 있어
골목의 마지막 인상까지 놓치지 않는다.

지도에 없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걷는 자체가 관광이 되는 길이었다.

Nikoloz Baratashvili St.

시내버스 교통 요충지인 Nikoloz 거리로 나와 옛 성벽을 따라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내일 시그나기행 마르슈루트카(Marshrutka)를 타기 위해,
삼고리 버스터미널(Samgori Bus Station)로 가는 버스 번호와 정류장 위치를 미리 체크.
오늘의 발걸음은 내일의 여유를 만든다.
트빌리시 ITS도 잘 정비되어 있어 목적지, 번호, 남은 시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걸어 올라가 자유광장 지하철역 안 Bank of Georgia ATM에서 소액 인출.
조지아 은행의 환율(환율과 수수료를 고려해야 함)은 길거리 환전소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급할 때만, 필요한 만큼만.

평화의 다리(Bridge of Peace)

자유광장에서 걸어 내려와 평화의 다리 위에 섰다.
유리와 철골 틈 사이로 저녁 바람이 스친다.

쿠라강 위를 가로지르는 유리·강철 구조의 보행자 전용 다리로,
트빌리시를 상징하는 현대적 랜드마크다.

낮에는 물 위에 비친 곡선 실루엣이 눈에 띄고,
밤에는 LED 조명이 켜져 도시 풍경의 무드를 완전히 바꿔준다.
올드타운과 리케 공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허브 역할도 한다.

리케 파크(Rike Park)

강변을 따라 조성된 트빌리시의 대표적인 도심 공원으로,
케이블카 탑승장과 야외 무대, 산책로가 모여 있다.

평화의 다리와 맞붙어 있어 여행 중 쉬어가기 좋은 포인트이며,
저녁이면 조명과 음악, 산책객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달라진다.
관광·이동·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첫 관문’ 같은 공간이다.

나리칼라 요새 & 조지아의 어머니 상 언덕으로

공원을 천천히 구경하며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교통카드로 케이블카(편도 ₾2.5)에 탑승.

케이블 카는 천천히 쿠라 강 위로 솟아 올라..

올드타운의 미로같은 골목 사이에 자연스레 앉은 빨간 지붕들을 넘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면서 저 미로 같은 골목을 탐색하고 싶어진다.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와 조지아의 어머니상(Mother of Georgia, Kartlis Deda)
뒤편으로 이어지는 조지아 식물원은
번잡한 구시가지를 벗어나 조용히 걷기 좋은 산책 코스다.

계류와 다리, 숲길이 이어지며 트빌리시의 또 다른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요새만 보고 내려오기엔 아쉬운 곳이다.

나리칼라 요새와 조지아의 어머니상까지 산책을 오가며 석양을 기다렸다.
붉은빛이 트빌리시 골목의 벽돌과 빨간 지붕 위에 얇게 번진다.

도시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너무 황홀하고 아름답다.

가성비 좋은 저녁, 밤 거리 산책, 그리고 귀환

충전하여 케이블 카를 타고 내려와, 평화의 다리 야경을 감상했다.
구글 지도에서 평점 좋은 현지 레스토랑(Chashnagiri)으로 향했다.

힌칼리, 치킨 샐러드, 야채 구이, 와인 한 잔.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가성비 맛집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자유광장 주변을 걷자,
곳곳의 카페, 와인 바, 레스토랑, 맥주 집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소리가 골목으로 흘러나왔다.

테라스마다 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박수, 웃음이 얽혀 하나의 배경음처럼 거리 전체를 감쌌고,
지나가는 여행자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한 바퀴 풍경을 훑고 나서야 비로소 숙소로 돌아왔는데,
음악이 남긴 울림이 오래도록 귓속에 남았다.
트빌리시에 머무는 동안 언젠가는 한 번쯤 그런 자리에서 합석하게 될 것만 같았다.

거리를 걷다 보니 whole day 50 Gel 무제한 와인 바가 있었고,
내부 인테리어에는 Stop Thinking Start Drinking이란 인상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와인 애호가들은 조지아를 방문해보시라….

이제 구시가지 골목길이 제법 익숙해져 지름길로 돌아와 숙소로 복귀하는데,
시계탑(레조 가브리아제 인형극장 시계탑) 앞에는 정각이 되자 관광객이 운집해 있었다.

시계탑은 정각이 되면 작은 인형극 장치가 작동한다.
작은 인형이 나와 종을 치거나 짧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그 순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시계를 올려다보며 잠시 골목이 조용해진다.

내일의 시그나기 이동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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