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 & 독일 자유 여행14_마라케시1


마라케시(Marrakech) 입성

라이언에어를 타고 마드리드에서 모로코 마라케시로 2시간 10여분 비행해,
밤 11시쯤 마라케시 메나라 공항(Marrakech Menara Airport, RAK)에 도착했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늦은 밤시간이라 사전에 pick up을 예약(GetYourGuide)한 차량을 타고
공항에서 가까운 현대적인 호텔(Red Hotel Marrakech)에 여장을 풀었다.

모로코 중남부에 위치한 마라케시(Marrakech)는 붉은 색조의 건축물과 활기찬 전통 시장(수크),
이슬람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다.

옛 왕국의 수도였던 만큼 역사적 유산이 풍부하며, 메디나(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현대적인 신시가지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구시가지가 공존하는 마라케시는
북아프리카 특유의 이국적인 정취와 여행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을 지녔다.

마라케시의 아침

다음 날, 호텔 2층 테라스에서 마라케시 기차역(Gare de Marrakech)을 내려다보며 아침 식사를 즐겼다.
창밖으로는 야자수가 드리운 광장이 탁 트이게 펼쳐지고, 과일과 크루아상, 오렌지주스로 하루를 시작다.

식사 후 마라케시 기차역 정문으로 나와 광장 앞에서 기념사진도 남겼다.
현대적인 무어양식 건축물인 기차역은 붉은 벽돌색 외벽과 아치형 입구가 인상적이었다.
정면 중앙에는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쓰인 역명이 걸려 있다.

도보로 3분 정도 이동하니 ‘마라케시 왕립극장(Théâtre Royal de Marrakech)’이 나타났다.
돔형 지붕과 기둥으로 장식된 고전적 건물 뒤편으론 연보라 부겐빌레아가 만개해 도시의 우아한 매력을 더했다.
극장 앞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며, 북아프리카 여행의 첫 아침을 천천히 음미했다.

렌터카 인수

호텔에서 가까운 렌터카 지점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처음엔 예약한 차량과 달리 현대차 소형 수동을 가져와 예약 내용과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곧 바로 다른 차를 섭외해 교체해줬다.
다시 배정된 폭스바겐 차량은 세차가 완료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했다.

우주드 폭포(Ouzoud falls, Cascades d’Ouzoud)

폭스바겐을 인수하자 마자 마라케시 시내를 빠져 나와 아이트 벤 하(Ait Ben Haddou)를 가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우주드 폭포(Ouzoud falls)를 향해 북동쪽으로 달렸다.
차량 인수가 계획보다 늦어져 마음이 급해졌다.

Aït Ben Haddou는 모로코의 전통 가옥 양식인 카스바(Kasbah)가 잘 보존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영화 ‘글래디에이터’, ‘왕좌의 게임’, ‘미션 임파서블’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여 방문을 계획했었다.

마라케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우주드 폭포(Cascades d’Ouzoud)는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자연 관광지 중 하나다.
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당일치기 투어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우주드(Ouzoud)’는 베르베르어로 ‘올리브’를 뜻하는 말로,
주변에 울창한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풍경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마라케시 시내를 빠져 나온 한 참 뒤 포장 도로를 달리다가 비포장 도로로 접어 들었다.
지나가는 차량도 드물고 인적도 없어 제대로 찾아 가는지도 알 수 없어 약간 걱정스러웠다.
언덕을 넘어 우주드 폭포 지역에 다다르니 제법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리조트 시설도 있어 안도했다.

주차장을 찾아 다니다가 우주드 폭포 가까운 공터에 주차하니 마을 청년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주차비(€2)를 달라 하고, 가이드 없이 우주드 폭포로 갈 수 없다며 가이드(€30)하겠다고 나선다.
아프리카 오지에서는 현지인이 하자는 대로 밖에 할 수 없었다.

우주드 폭포는 높이 약 110m의 다단식 폭포로,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녹음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폭포 아래에는 무지개가 자주 떠오르며, 강 주변에는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절벽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아래쪽 협곡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는 각각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베르베르 마카크 원숭이들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관광객이 주는 간식을 받아먹기도 하고 나뭇가지 위에서 재롱을 부리기도 하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가방을 뒤지기도 한다.
이곳의 원숭이들은 이 지역의 명물이자, 우주드 폭포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폭포 아래 계곡에는 작고 소박한 레스토랑들이 있어, 폭포 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에서 민트티를 마시거나, 간단한 타진 요리를 먹으며 쉬어가는 시간이 여유롭고 특별하다.
여름철에는 강가에서 발을 담그거나 보트 타기를 체험할 수도 있어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피서지다.

폭포를 충분히 감상하고 계곡을 따라 다시 올라오면 출발지였던 주차장과 마을 상점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수공예 제품이나 향신료, 전통 비누 등을 구입할 수 있어 간단한 쇼핑도 가능하다.
마라케시의 붉은 도시 풍경과는 또 다른, 초록빛 자연의 여운을 남기며 마라케시로 돌아왔다.

미로 같은 메디나(Medina)의 전통 숙소, 리야드(Riad) 찾아가기

우주드 폭포에서 자연의 감동을 만끽한 뒤, 다시 3시간을 달려 마라케시로 돌아왔다.
이번 숙소(Riad Samsli)는 메디나(Medina) 한복판에 위치한 전통 리아드(Riad)였는데,
차량 진입이 어려워 광장 근처 공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 순간, 리어카를 끌고 다가온 청년들이 다가와 숙소까지 짐을 날라주겠다고 나섰다.
우리가 직접 찾아가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예약된 숙소 위치 확인 후
막무가내로 트렁크에서 짐을 내려 싣고는 좁은 골목 사이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와이파이도 끊기고, 메디나의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어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숙소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숙소 앞에 도착한 뒤였다.

짐을 옮긴 청년 6명이 주차비(€5)와 팁을 요구했고, 2명분만 건네자 짐을 들고 가는 시늉까지 해가며 압박했다.
결국 협박에 가까운 분위기에 밀려 전원에게 팁(€30)을 줄 수밖에 없었다.

차량은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주차해 두었기에 혹시나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더는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다.
우주드 폭포에서의 가이드 응대와 메디나 주차 경험은, 마치 예상치 못한 돈을 뜯긴 듯한 씁쓸함을 안겨줬다.
이런 일을 연달아 처음 겪은 여행자로선,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메디나(Medina)는 북아프리카 이슬람 도시의 전통적인 구시가지로,
특히 마라케시의 메디나(구시가지)는 붉은 흙빛 성벽 안에 펼쳐진 수백 년 역사의 미로 같은 공간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에는 전통 상점과 향신료 가게, 수공예품 상인들이 즐비하고,
리야드라 불리는 아름다운 전통 가옥들이 숨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민트티 향이 풍기고, 갑자기 열리는 문 너머로 아늑한 중정이 나타나기도 한다.
방향 감각을 잃기 쉬운 복잡한 구조지만, 그 안에는 모로코의 진짜 일상이 살아 숨 쉰다.

이는 도시 방어를 위한 구조적 특징으로,
외부 침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미로처럼 설계되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골목은 번호나 표지판이 부족하고,
GPS도 정확히 작동하지 않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는 방향 감각을 잃기 쉽다.

현지인들은 골목의 감각적인 지형과 표식을 기억하지만, 외지인에게는 복잡한 ‘문화적 미로’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주요 갈림길의 사진을 찍어두지 않으면 리아드 숙소를 단번에 찾기가 정말 어렵다.

리야드(Riad), Riad Samsli in Marrakech

리야드(Riad)는 메디나 내부에 자리한 전통적인 모로코식 주택이나 저택을 개조한 숙소로,
외부는 폐쇄적이지만 내부는 정원이 중심이 된 구조가 특징이다.

외부에서는 평범한 문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별세계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펼쳐져 여행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대부분의 리야드는 창문이 바깥이 아닌 중앙 안뜰(patio)을 향해 나 있어,
거리의 소음과 먼지를 차단하면서도 조용하고 시원한 분위기를 만든다.

중정에는 종종 분수나 나무, 타일 장식이 있고, 객실은 안쪽을 둘러싸듯 배치되어 있어 프라이버시도 보장된다.

전통 건축의 미와 현대적 편의가 조화된 리야드는
마라케시에서의 숙박을 단순한 ‘잠자리’가 아닌 문화 체험으로 만들어준다.

마라케시 메디나 골목 안쪽에 숨겨진 Riad Samsli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벽 너머,
문을 열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안뜰에는 분수가 흐르고, 정갈한 타일과 아라베스크 장식, 오렌지 나무가 어우러져 고요한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스태프들은 친절하고 조식도 정성스럽게 준비되었으며,
밤에는 전통 양식의 루프탑 테라스에서 별빛 아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마라케시의 소란을 잠시 잊고 머무르기에 딱 좋은 리야드였다.

제마 엘프나 광장(Jemaa el-Fnaa)

제마 엘프나(Jemaa el-Fnaa)는 마라케시 메디나(구시가지)의 중심에 위치한 광장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이다.

수백 년 동안 마라케시의 정치, 상업,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지금도 현지인과 여행자가 뒤섞여 북적이는 살아있는 무대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며, 마라케시 여행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핵심 장소다.

낮에는 뱀을 부리는 연주자, 원숭이를 데리고 나오는 남자들, 전통 약초와 부적을 파는 상인들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광장 한편에는 신선한 과일주스를 파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고, 마라케시 특유의 활기찬 소리와 향이 가득하다.
현지인들의 삶과 관광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이곳을 걷다 보면 시간의 경계를 초월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광장은 빠르게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수십 개의 노점 식당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연기와 향신료 냄새가 광장을 가득 채운다.
저녁이 되면 현지 음악과 북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져 독특한 에너지로 가득 찬다.

제마 엘프나는 마라케시 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동시에, 도시의 정체성을 응축한 장소다.
이 광장에서부터 수크(Souk)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지고,
쿠투비아 사원 등 주요 명소와도 가깝다.

현지의 리듬과 열기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마라케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제마 엘프나 광장을 내려다보며 마라케시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Café de France나 Le Grand Balcon du Café Glacier의 테라스를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노을빛이 광장을 물들이는 순간,
민트티 한 잔을 곁들여 시장의 소리와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분주한 마라케시를 위에서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해가 지고 난 뒤 캄캄한 미로 같은 메디나 골목에서 잠시 방향을 잃었지만,
미리 찍어둔 사진 덕분에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 속에서도 사진 한 장이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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