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 구시가지(Old Town) 호텔의 아침
카페 골목이 내려다 보이는 올드타운의 호텔 테라스에 앉아,
강 건너 언덕 위 성 삼위일체 대성당과 공공 건물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셨다.
정교회 성당, 종탑, 수도원, 신학교가 있는 대형 종교 단지인데,
트빌리시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성당 보다는 시장과 골목을 선택했다.
가볼 만한 성당이라고 하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들러보길 권한다.

09:00 아침 준비에 여념이 없는 주방에 식사를
30분 정도 당겨 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정성껏 차려준 조식(빵·치즈·과일·후라이·커피)으로 속을 달래고
캐리어를 끌고 삼고리 버스 터미널(Samgori Bus Station)행 버스를 타러 나섰다.

미리 확인해둔 버스 정류장(Nikoloz Baratashvili Street) 덕에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트빌리시 → 시그나기(마르슈루트카)
Bolt 비용에 비해 훨씬 저렴한 Marshrutka를 이용하기로 했다.
바투미를 제외하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트빌리시나
카헤티 지역의 카즈베기, 텔라비 방문시 Bolt를 이용하지 않았다.
Bolt Travel로 최소 카즈베기 ₾225, Sighnaghi ₾145, Telavi ₾195 정도였다.

교통카드로 309번 시내버스에 탑승(₾1)해 삼고리 버스 터미널로 갔다.
20여 분 만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 길 건너 삼고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마침 11시행 마르슈루트카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트빌리시 Samgori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해 마르슈루트카를 타면,
요금은 현장 현금 기준 총 ₾20(승객 15 + 짐 5)이며 약 2시간 30분 여 걸린다.
정해진 출발 시각은 없고 좌석이 모두 차면 출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0:55, 다행히 일찍 만석되자 마자 바로 출발.
차창 밖 풍경은 도시에서 구릉으로, 구릉에서 포도밭으로 옮겨갔다.
어느 순간부터 표지판이 “Kakheti(카헤티)”를 가리키고 있었다.
와인의 고장에 들어왔다는 뜻.
카헤티(Kakheti) — 와인의 발상지(8,000년이 흐른 포도의 땅)
카헤티 지역의 알라자니 계곡(Alazani Valley)은
인류가 가장 오래된 와인을 만들어 온 지역 가운데 하나로,
약 8,000년 전부터 포도 재배와 크베브리(Qvevri) 발효가 이어져 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오랜 전통 때문에 조지아는 “와인의 발상지”로 불리며,
카헤티는 그 중심지로 평가를 받는다.
Alazani Valley는 카프카스 산맥이 바람을 막아주는 분지형 지형과,
강 주변의 비옥한 충적토,
그리고 낮과 밤의 큰 일교차(당도·산도 균형 형성) 덕분에
포도 재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춘 계곡이다.
여름엔 따뜻하고 겨울엔 비교적 온화한 기후 덕분에
포도가 서서히 익으며 당도와 향이 풍부하게 형성된다.
이러한 기후 조건이 카헤티 와인의 깊고 농축된 풍미를 만든다.
시그나기(Sighnaghi) 도착 — 카헤티 언덕 위의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 거의 다 와서 한 곳(Chalaubani)에서 승객이 내리면서 정차했다.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니 양쪽 언덕이 낮아지는 지점에 버스 터미널이 자리하고 있었다.


Sighnaghi(Signagi)에서 Tbilisi 가는 Marshrutka 시간표다.
Signagi에서 Telavi 가는 Marshrutka는 매일 아침 09:30에
하루에 한 대만 운영된다고 한다.
카헤티 지역내에서는 현지의 택시 영업 보호를 위해서인지 Bolt도 운영이 안된다.

시그나기는 조지아 동부 카헤티 지역의 언덕 정상에 자리한 작은 요새 도시로,
알라자니 계곡(Alazani Valley)과 코카서스 산맥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전망 도시다.
좁은 돌 길과 붉은 지붕의 집들, 성곽 위로 이어진 산책로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낭만과 함께 “결혼 도시(사랑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혼인사무소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그나기에서 행정 절차가 간단하고 시청 예식장 이용이 거의 무료에 가까워
외국인 커플도 결혼식 목적으로 찾아 온다고 한다.
성벽과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마을이라는 배경까지 더해져
결혼지로서 상징성과 낭만이 모두 갖춰진 도시다.
돌길 언덕길 올라 체크인
캐리어를 끌고 오래된 울퉁불퉁 돌 바닥 언덕 길을 꾸역꾸역 올라갔다.
돌 길을 피해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진 좁은 인도에 의지해 올라가며,
바퀴가 망가질까 캐리어를 들어 올리기도 하고 돌 틈에 신발이 걸려 숨이 가빠온다.
그래도 이 도시의 앙증맞은 첫 인상은 그 수고를 금세 보상해 준다.

지나가던 삼발이 삼륜차가 ₾20로 흥정을 해와 ₾10으로 되받으니 쌩 가버린다.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여, Baratashvili Street를 따라
David Square(다비드 광장)이 보여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까워 그냥 계속 go!

다시 내리막 길, 성문을 두 번 통과해 성문 밖 예약한 숙소.
Abramichi Guest House에 힘들게 도착하니,
집 앞 언덕 배기에 감·석류·만다린이 주렁주렁(할머니께서 따주신다).

테라스에서 멀리 알라자니 계곡과 카헤티 평원이 내려다 보이고,
친절한 할머니께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환영해주며,
시그나기 하우스 와인 한 잔을 권하며 반겨주셨다.

성곽 위를 따라 걷는다
짐을 풀자마자 숙소 뒤쪽 Gorgasali St.를 따라 성곽으로 올라갔다.

시그나기 성은 길이 4km가 넘고 여러 개의 탑과 문이 남아 있는 오래된 요새인데,
그중 한 탑 앞에 다다르니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나무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탑 위에 서는 순간, 안쪽으로는 붉은 지붕의 마을이,
바깥쪽으로는 계곡 풍경이 한 번에 열리며 “성 위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성벽 길을 천천히 걸어보니 안쪽으로는 비어 있는 넓은 성 내부가 고요히 펼쳐지고,
바깥쪽으로는 알라자니 계곡의 평원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소음은 없고 바람만 일정하게 지나가며,
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시그나기에 온 보람이 충분했다.

David 광장(David the Builder Square)
시그나기의 길들이 모두 모이는 David the Builder Square에는 시청 건물과 분수,
그리고 성벽을 형상화한 부조가 광장 면을 채우고 있다.
중앙에는 동상이 세워져 있고, 분수 주변으로는 사진을 찍는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거리처럼 갈라지는 골목 방향마다 풍경이 달라 광장만 서 있어도
시그나기라는 도시의 다양한 표정을 한 번에 읽을 수 있다.

부조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 보니,
이 도시가 왜 “사랑의 도시”라고 불리는지,
또 오래된 성곽 도시였다는 말을 한꺼번에 실감했다.
낭만과 역사 이야기가 한 벽면에 겹쳐 있으니,
그냥 지나가는 광장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앉아 있어 볼 만한 곳이었다.

와인 도시의 오후 — 언덕 위 Okro’s Wine & Cellar
시그나기에서 가장 높은 언덕 끝에 자리한 Okro’s Wine & Cellar는
올라가는 길이 조금 힘들어도 그 수고를 잊게 만드는 전망이 아주 좋다.


테라스에 앉아 와인 5종 테이스팅을 시작했는데,
알라자니 계곡과 성곽 도시가 한눈에 펼쳐져 있어 풍경 자체가 안주 역할을 했다.


와인 테이스팅이 끝난 후 소규모 크베브리 와이너리 공간을 둘러보며
전통 방식의 발효 항아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와인 맛만 본 것이 아니라, 그것이 태어나는 환경과 과정을 함께 봤다.
시그나기 여행에서 꼭 찾을 만한, 최고의 휴식과 풍경이 있는 장소였다.

마을 산책
도시라기 보다는 오래된 마을(읍 정도)에 가깝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 곳곳을 구경하느라 한 바퀴 돌았다.


골목 곳곳에 카페와 작은 상점이 이어지고,
언덕 마을답게 내려가는 방향마다 풍경이 조금씩 달라 걸을수록 새로운 장면이 나왔다.

가지 않았던 반대편 마을 맨 꼭대기 성곽을 따라 걷다가
나무가 우거진 성곽 안쪽 숲속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도시라기 보다 오래된 읍내 같은 작은 마을이라 마음이 편했다.
큰 기대 없이 골목을 돌았는데, 언덕길마다 카페와 레스토랑, 상점이 다르게 나타나고,
방향만 틀어도 풍경이 조금씩 달라져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졌다.

이번에는 마을의 가장 높은 위치의 성곽 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성벽 길을 걷다 보니 성문을 통과하니 안쪽으로 숲 길이 열리는데,
한 두 걸음 차이로 마을과 숲 속으로 바뀌는 느낌이 묘하게 좋았다.
바람만 들리고 아무도 지나지 않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해가 떨어질 즈음 시그나기 전망 포인트에 서니 알라자니 계곡이
황혼 빛으로 물들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여행 중 이런 순간 하나가 남는 장면이 되는구나, 싶었다.

시그나기 야경
옛 골목의 와인 카페에서 시그나기 와인을 마실 겸,
저녁 식사 후 야경이 아름답다는 성곽 길 산책에 나섰으나,
길거리 노점상은 철시하고, 인적이 드물고 카페마다 파장 분위기라
을씨년스러워져 일찍 귀가해 휴식을 취했다.

내일 09:30 Telavi행 Marshrutka를 타려고, 주인 할머니께 요청하여
아침 식사를 1시간 앞당겨 08:00로 조정한 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