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Georgia) 자유여행 5일차(2025.10.15)― 카즈베기 2일차, 주타 트레킹의 날

새벽의 카즈베기 설산 아래에서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맑은 신새벽이다.
일기 예보를 수없이 확인하며 일정과 숙소를 조정한 보람이 느껴졌다.
전날 조지아 와인과 더불어 일찍 휴식을 취해 충분히 피로를 풀었고,
이른 새벽 4시부터 발코니를 오가며 카즈베기산을 응시하며 옆집으로 이사갈 짐을 정리했다.

날이 밝아 오자 발코니로 나가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Gergeti Trinity Church)와
카즈베기산(Mt. Kazbek, 5,047m)의 윤곽을 수시로 살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붉은 빛이 산 정상에 닿자
어제 구름에 살짝 가린 정상이 그 자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와 마주보고 솟은 산은 카즈베기산으로,
조지아 코카서스 산맥의 상징이자 전설이 깃든 신성한 산이다.

조지아 전설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불을 훔친 벌로
카즈베기산 바위에 사슬로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카즈베기는 신의 벌과 인간의 도전이 겹쳐져 있는 ‘신화가 깃든 산’으로 여겨진다.
그리스 신화와 유사하다.

숙소 이동과 조지아의 여유로운 아침

9시가 가까워오자 숙소 체크아웃을 마치고 70미터 옆의
한국인 평점이 좋은 다음 숙소(Hotel Horizon Kazbegi)로 캐리어를 옮겨 맡겼다.
서둘러 마을 센터로 내려가 점심용으로 빵집에 들렀지만
막 반죽을 시작한 참이라 빵은 아직 오븐에 들어가지 않았다.

조지아를 5일째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여유롭고 느긋한 문화와
생활 방식 때문인지 아침 시작이 느리다는 점이다.
조지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한국처럼 ‘빨리빨리’ 서두르는 문화가 아니다.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시작하고, 저녁 식사나 사교 활동을 늦게까지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부 식당이나 카페를 제외하고,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점, 공공기관, 심지어 일부 관광지의 영업 시작 시간이 비교적 늦은 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상점이 오전 10시 또는 11시에 문을 열기도 한다.

조지아는 푸짐하고 긴 저녁 식사 문화인 ‘수프라(Supra)’가 유명하며,
저녁 식사를 늦게(저녁 8시 이후)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다음 날 아침도 자연스럽게 늦게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주타(Juta) 트레킹 차량 흥정

주타 트레킹(Juta Trekking)은 카즈베기 여행의 하이라이트.
처음 숙소에서 알아본 평균 왕복 요금은 약 ₾120.
두번째 숙소에선 ₾100.
09시 전후로 일제히 출발하는 공유 택시나 여행사 투어 차량을 타기 위해
마을 관광안내소 앞에 나가니 차량 기사들과 여행객들의 흥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 대만인 여행객이 험상 궂은 인상의 4WD SUV 기사와 흥정 중이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그 기사는 ₾125를 요구했고, ₾100을 역 제안하자,
기사의 표정이 돌변해 “Finish!”라며 “Go walking”하라며 소리쳤다.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며, 다른 차량을 찾았다.

이번엔 착하게 생긴 인상 좋은 아저씨가 다가와
“왕복 ₾100, 5시간 자유시간”을 제안을 흔쾌히 수용.
주타 트레킹 출발지점(주타 마을 입구 주차장)까지 가는 조건으로 한 후,
그 대만인을 데려와 ₾120(1인당 ₾40, 5시간, 주타 마을 주차 조건)으로 추가 합의.

Fifth Season까지만 트레킹할 예정이라면, 3시간 정도로 충분하며,
금액 흥정을 그에 맞춰 할 필요가 있다.

카즈베기에서 주타 마을로

09:15, 좀 낡은 도요타 밴 차량은 주타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포장도로를 20분, 이어진 비포장 산악길 30분을 천천히 달려
주타 마을의 먼 입구 주차장에 도착해 5분 여를 정차했다.

폭우 산사태로 도로 일부가 유실되어 낭떠러지 위,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구간이다.
주타 마을 주민들이 차량을 통제하며 안전을 확인한 뒤 통과시키고 있었다.

마을과 연고 없는 차량이나 마을 출입에 대해 허가 받지 않는 차량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다.
이 구간을 주타 마을 주민들이 교통을 통제하며
마을 안쪽 트레킹 출발점까지는 도보 또는 마을 차량(₾20)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 같았다.

카즈베기 마을에서 차량 기사와 흥정할 때
‘주타 마을 안까지 들어가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타 트레킹 시작 – Fifth Season까지

마을 입구에서 편도 요금 ₾20을 지불하고,
15:00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10시에 트레킹을 시작했다.
쉐어 택시로 주타 마을 트레킹 포인트까지 함께 해
비용을 절감한 대만인이 스틱 하나를 내주었다.

처음 30분은 오르막이 이어져 다소 힘들었지만,
그 구간을 넘어서자 완만한 능선이 펼쳐졌다.

기막힌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파란 하늘, 울긋불긋 단풍, 하얀 설산에 둘러 쌓인,
눈앞의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다 담기지 않지만 그저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가을 빛 단풍과 눈 덮인 구름 속 초크히산(Chaukhi Mountains)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풍경을 즐기다보니 1시간을 훌쩍 지나 Fifth Season Café & Guesthouse에 도착했다.
SNS에서 봤던 바로 그 해먹이 눈앞에!

SNS나 인터넷에서 익히 본 푸른 초원일 때와 달리 눈 덮인 모습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해먹에 누워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카페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고,
트렉커들이 차츰 떠난 빈자리를 빌어 해먹 위에서 한참 쉬었다.

한 참 휴식 후 트레킹 목적지를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초지엔 말들이 풀을 뜯고 있고, 관광객들을 태워 힘차게 나아가고,
그 뒤를 아기 말들이 따르고 있었다.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쌓여 있어 운동화가 푹푹 빠지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눈은 더욱 깊어졌고,
날씨가 풀리면서 녹은 눈이 길에 넘쳐 개울처럼 흐르거나 진흙탕을 만들었다.
트렉커들은 질척이는 길을 피해 새로운 눈길을 개척하며 나아갔다.

고도가 있어 숨이 차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순간에도,
올라가는 길이나 올라온 길에서 올려보고 내려다 본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 발길을 더디게 했다.

목적지 부근에는 얼음에 덮인 작은 호수와 조금 떨어진 곳에 폭포가 자리해 있었다.
산을 오르면서 한국인 여행자들도 부부, 여친 2팀 정도 마주쳤다.

고생 끝에 도착한 정상에서 본 풍경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눈 덮인 초크히산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눈이 더 쌓여 있고 길이 조금 더 험한 폭포까지는 가지 않고
한국인 2명(세계여행 중인 젊은 친구와 홀로 여행 중인 중년)과
여행 정보를 주고 받은 후 잰걸음으로 하산하였다.

코카서스 산맥의 고산지역이라 10월 중순에도 눈이 쌓여 있으므로
주타 트레킹 종착지까지 목표로 하면 스틱, 트레킹화, 예비 양말, 스포츠 수건 등이 필요하다.
개울의 디딤돌을 넘치는 눈 녹은 물 때문에 운동화나 트레킹화가 젖을 수 있으므로
사람들이 별도로 만들어 놓은 우회 구간을 찾아 개울을 건널 필요가 있다.

Fifth Season의 따뜻한 커피

진창이 된 눈길을 내려 하산 후 Fifth Season Café 로 돌아와
카페 외부 벤치에서 가져간 점심을 먹고 카페 난로 옆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산에서 내려온 여행자들이 화로 주변에 둘러앉아 음료나 식사를 하면서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피로가 사라지고, 졸음이 몰려왔다.

카즈베기로 복귀

14:30에 카페를 출발하여 약속한 15:00에 맞춰 주타 마을 입구로 돌아왔다.
운전기사는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 주었고,
30분 비포장 도로와 20분 포장도로를 달려 카즈베기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얼굴이 새겨진 절벽 조각상 포인트에서 잠시 정차해
사진을 남겼다.

마을의 저녁과 휴식

카즈베기에 도착해 SPAR 마트에 들러
우유, 사과를 사고, 빵 맛집에서 갓 구운 조지아식 빵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기온 강하가 예보된 탓에 해질녘부터 마을 아래는 안개로 가득 찼다.
쇼핑해온 음식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휴식을 취했다.

오늘의 결론은, “카즈베기는 날씨가 전부다.”
맑은 날의 카즈베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키즈베기 여행 일정을 짤 땐 반드시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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