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라비(Telavi)의 일출
아침 6시,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잔뜩 기대하던 대로 3층 옥상 테라스로 올라가니,
아직 공기에는 밤의 차가움이 남아 있었고,
알라자니 밸리 위로 옅은 안개가 강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안개 너머, 구름 같은 코카서스 설산 능선에 붉은 빛을 머금으며
카헤티 평원이 깨어나고 있었다.
그 한 장면 만으로 텔라비에서 이틀을 보낸 이유가 설명됐다.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짐을 정리해 숙소를 나섰다.
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에도 도처에 감과 석류가 익어 있었고
집집마다 정원수의 포도넝쿨에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텔라비 사람들은 늘 그렇듯 느긋하게 평온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텔라비에서 트빌리시로
텔라비의 골목 길을 천천히 걸으며 30분 전 터미널에 도착,
11:00에 출발하는 트빌리시행 마르슈루트카(캐리어 포함 ₾15)에 캐리어를 실었다.
남은 시간에 시장을 구경하고 갓 구운 로비아니를 사서 먹으면서
알라자니 밸리와 코카서스 설산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터미널로 돌아와 운전석 옆 자리에 앉자마자 버스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빌리시로 가는 주요 정류장 마다 현지인들을 태우고 내렸고,
완행 버스에서 조지아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카헤티 평원을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는 끝없는 포도밭이 지나갔다.
텔라비와 시그나기에서 마셨던 와인들이
어떤 테루아에서 태어났는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2시간이 지나 트빌리시 외곽이 보이기 시작하고
휴일이라 도시 외곽 쇼핑센터가 무척 붐볐다.
쿠라 강 북쪽 구시가지로 이동
삼고리 버스 터미널을 지나 Isani Mall 근처에서 하차하여
미니 시내버스(462, ₾1)을 갈아타고 트빌리시 중앙역에서 내렸다.
462번 버스는 쿠라 강 북쪽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 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미니 시내버스였다.
좌석 간 간격이 비좁아 통로로 캐리어가 겨우 통과할 정도였다.

앞에 자리가 없어 캐리어를 좌석 위에 올려놓고 맨 뒤 4자리를 점유하면서
중앙역까지 가는 동안 승객이 탑승할 때 마다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중앙역도 교통 요지 중의 하나로 많은 노선이 있기 때문에
일반 시내버스를 타야 했던 것이다.
체크인 후 아바노투바니(Abanotubani)로 이동
트빌리시 중앙역 앞, 1층에 카르푸가 있는 건물의
Wyndham 계열의 Hotel City Center에 체크인했다.
방에 짐만 내려놓고 곧바로 아바노투바니행 버스(₾1)를 타고 나섰다.
좀 더 기다려 바로 가는 331번 버스를 탈 수도 있었으나, 환승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쿠라 강 남쪽 교통 요지인 Nikoloz 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로 환승한 뒤
아바노투바니(Abanotubani) 온천 지대로 향했다.
다른 교통 수단으로 90분내 환승할 때 원래 무료이나,
여러 명이 이용하더라도 한 번 만 태크해야 하는 것 같았다.
2회 태그를 했더니, 첫 번째 태그는 무료(₾0), 두 번째 태그는 ₾1가 부과됐다.
Abanotubani 온천 지대
나리칼라 요새 아래에 자리한 아바노투바니는
둥근 돌 지붕의 온천 건물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이다.


오래된 목욕탕 사이로 카페와 가게들이 섞여 있는 이 동네는
트빌리시의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함께 공존한다.


온천 건물의 난간 다리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막다른 절벽에서 폭포가 쏟아졌다.
현지인들, 관괭객들 사이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었다.


아바노투바니의 발코니 건물들
온천 지대를 지나 옆 골목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발코니 건물들이 층층이 걸려 있는 풍경이 이어졌다.
목조 난간에 화분이 걸려 있거나, 빨래가 너울거리며 바람을 타고 있었다.

절벽 위든 골목 아래든 목조 테라스가 달린 건물들이 특히 눈에 띈다.
바위 위에 걸친 듯한 테라스도,
골목을 향해 열린 테라스도 모두 조지아 특유의
목조 난간과 장식이 살아 있어 그 자체로 그림처럼 보인다.

크베브리를 전시한 길 거리의 와인 바 조형물이다.

골목 끝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여행자들로 붐비는
Vakhtang Gorgasali Square가 펼쳐졌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노점 앞에 줄 선 사람들, 버스킹 소리가 섞여 광장이 살아 있다.

그 사이를 통과해 Metekhi 다리를 건너며 쿠라 강의 양안을 보니,
트빌리시라는 도시가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메테히 교회 전망대에서 맞이한 황혼
언덕을 따라 올라 메테히 교회 전망대에 이르자,
해가 기울며 도시 전체가 황금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쿠라강 양쪽으로 펼쳐진 올드타운의 붉은 지붕과 교회 첨탑, 구불구불한 골목들,
그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까지 한 화면에 담겼다.

벤치에 앉아 황혼 빛이 사그라질 때까지 묵묵히 바라보았다.
텔라비에서 트빌리시까지 이어진 분주한 하루가 이렇게 넘어가고 있었다.

트빌리시의 마지막 밤
메테히 다리를 건너 Vakhtang Gorgasali Square를 지나 Kote Afkhazi St를 따라
Sioni St까지 이어지는 올드타운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쿠라강 남쪽의 오래된 골목은 밤이 되자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조명이 켜진 발코니와 돌담, 좁은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까지
모두가 오래된 도시의 밤을 연출하고 있었다.


카페 거리의 중심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는 70~80년대
올드 팝송이 라이브로 흐르고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와인 잔을 앞에 두고 트빌리시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즐겼다.

숙소 복귀
밤이 깊어갈수록 트빌리시는 오히려 더 깨어 있었다.
Sioni St를 나와 자유 광장과 시계탑 건물 주변의 골목을 산책하고
Nokoloz에서 시내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Rose Revolution Square에서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