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 흑해 해변으로 나서다
바투미의 첫 아침은 흐렸지만 공기가 신선했다.
숙소 Orby City A Block 을 나서 SPAR 마트(가장 흔함)에 들러 음료수를 한 병 샀다.
올드 타운을 향해 흑해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우중에도 조깅하거나 산책하는 이들이 있었다.

아침의 TBC Bank — 환율 확인
산책 도중 몇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 TBC Bank 지점을 찾았다.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갔더니, 일요일이지만, 젊은 여직원이 당번으로 나와 있었다.
달러 환전을 요청했지만, 납득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아마 일요일인데다 오전 9시 이전이라 업무가 시작되지 않은 듯했다.
결국 환전은 다음으로 미루고, 환율만 확인(₾2.705/1USD) 한 후
다시 올드타운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럽광장과 메데이아 여인상
올드타운으로 향하자 유럽광장(Europe Square)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 중앙에는 금빛 양을 든 여신 메데이아(Medea) 상이 우뚝 서 있다.
그녀는 조지아(고대 콜키스 왕국) 공주로,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이아손(Iason, Jason)이
‘황금양피(Golden Fleece)’를 얻는 여정에서 사랑으로 그를 도왔던 인물이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양은 바로 그 황금양피를 상징한다.
조지아가 고대부터 유럽과 문화를 나눴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조각상은 ‘조지아는 유럽의 일부’라는 현대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포세이돈상과 흑해 바닷가 산책
유럽 광장 인근, 넵튠 분수의 포세이돈 동상(Statue of Poseidon) 은
삼지창을 든 바다의 신이 도시의 바다를 지켜보는 듯한 모습이다.
그 아래로 분수가 흘러내리고,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다.

포세이돈 동상 아래에는 여신상이 떠받치듯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고대 신화에서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하는 여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바투미가 흑해의 바람과 물, 그리고 비옥한 자연을 품은 도시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 아래 분수는 시원하게 흘러내리며,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동상 뒤편으로는 고전적인 기둥과 청록색 돔이
인상적인 바투미 오페라극장(Batumi Drama Theatre) 이 자리하고 있다.
1950년대에 세워진 이 극장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대표 건물로,
지금도 오페라·발레·전통 민속공연이 열리는 바투미의 문화 중심지다.
밤이 되면 포세이돈 분수와 함께 조명이 켜져
광장 전체가 유럽풍의 황금빛으로 물든다.

흑해 해변을 향해 넵튠 분수를 지나 라디슨 블루 호텔과 360도 스카이 타워 사이를 걸으면
곧장 알파벳 타워(Alphabet Tower) 가 보인다.
이 탑에는 조지아 문자가 나선형으로 장식되어 있고,
그 앞엔 거대한 ‘Batumi’ 글자와 그네형 포토존이 있다.

조지아 문자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 중 하나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형태는 포도덩굴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지아의 예술적 감성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조지아 문자는 11세기 형태의 문자를 오늘날까지 그대로 읽고 쓸 수 있을 만큼 보존성이 뛰어나며,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네 포토에 앉아 흑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자갈밭으로 이어지는 해변길을 따라 산책을 이어갔다.

바투미 흑해 해변의 자갈들은 오랜 세월 파도에 닳아 모두 둥글고 매끄럽다.
자갈이 깔린 바닷가엔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한가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이 갓 잡아 올린 물고기를 구경하며 흑해의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다.

알리와 니노(Ali & Nino) 조형물

해변 산책로로 올라와 조금 더 걸으니 알리와 니노(Ali & Nino) 조형물이 나타났다.
알리와 니노(Ali & Nino) 조형물은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연인,
조지아 여인 니노와 아제르바이잔 청년 알리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두 남녀가 10분 간격으로 천천히 다가와 하나로 포개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움직임은
사랑의 열정과 이별의 슬픔을 동시에 품고 있다.

철제 몸체가 스치며 지나가는 순간, 그 찰나의 떨림이 바투미 바다 위에 로맨틱한 여운처럼 번져든다.
바로 옆 항구에서 해적선 모양의 관광 보트가 출항하며
바투미의 바다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점심 — Heart of Batumi

점심은 구시가지의 대표 맛집 Heart of Batumi로 향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주문한 메뉴는
슈크메룰리(마늘 크림 치킨 스튜),
아드자리안 하차푸리(보트 모양 치즈빵),
조지아식 샐러드(토마토·오이·호두소스),
그리고 하우스 와인 한 잔.

점심 후 ATM 인출과 폭우 속 귀가
식사를 마치고 다시 TBC Bank 바투미 본점 ATM실
(복제 등 방지를 위해 길거리 ATM기 보다는 지점 ATM기 이용)로 가서
하나트래블로그 카드로 100라리(5만원 상당)를 인출했다.
적용 환율은 ₾2.705, 정액 수수료는 ₾5였다.
ATM 최대 한도는 ₾500이므로 한 번에 인출하는 편이 유리하다.
ATM실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Bolt를 호출했지만,
기사는 후문이 아닌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앱상 차량이 움직이지 않아 왓츠앱으로 연락한 뒤 우리가 TBC 정문으로 이동했다.
기사는 정해진 픽업 지점으로 오지 않았음에도 “늦었다”는 이유로 ₾6.1 요금에 수수료를 더해 총 ₾7.3을 부과했다.
GPS 오차인지, 일방통행로인지, 고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문 주차장으로 오지 않고 임의로 정문에서 기다린 점이 문제였다.
결국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한 후에 정문쪽으로 찾아갔으며, 숙소 Orby City 로 귀가했다.
오후의 휴식과 저녁 준비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을 말리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비가 잦아들자 근처 Grand Mall Batumi, SPAR, 와인 전문점
그리고 소형 식료품점을 둘러보며 현지 물가를 확인했다.
사과, 푸룬 각 1kg → ₾5
귤 1kg → ₾6
2L 생수 + 계란 1줄(10개) → ₾6.8
하우스 와인 1병 → ₾15
쇼핑하는 1시간 여를 제외하고 또 다시 세차게 비가 내리자,
일몰을 배경으로 하는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은 포기하고,
그 대신, 한국에서 가져간 비빔면과, 삶은 달걀, 과일, 와인 한 잔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29층 스튜디오 창문 너머로 흑해의 파도와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졌고,
비로소 바투미의 밤이 고요히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