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Verona
파도바(Padova)에서의 여유로운 아침
파도바 외곽에 위치한 숙소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한 덕분에, 여유롭고 느긋한 아침을 맞이했다.
전날 저녁에는 Centro Storico를 산책했고, 돌로미티 여행의 피로가 남아 있어
오늘 방문할 예정이던 스크로베니 예배당 방문은 아쉽게도 생략했다.

그 덕분에 렌터카 반납까지는 넉넉한 시간이 있었고, 호텔에서 맛있는 아침 식사를 즐긴 후 여유롭게 체크아웃했다.
곧바로 파도바 기차역 근처 렌터카 사무실로 이동해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차량을 반납했고,
파도바역으로 돌아와 플랫폼에 들어서니 마침 베로나행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예매한 기차 시간은 10시 40분이었지만, 파도바 역에 1시간 가량 일찍 도착해 플랫폼에서 기다리게 됐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승무원은 보이지 않았고, 아레초에서 피렌체 갈 때처럼 미리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혹시 승무원이 오면 자진 신고할 생각으로 일단 베로나행 열차에 급히 올라탔다.
그러나 다음 역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열차 안에 몸을 실었다.
베로나행 기차에서의 예상치 못한 벌금
Vicenza 역에 도착하자 여러 명의 검표원이 기차에 올라탔다.
그 중 한 명에게 예매한 10:40 기차표를 보여주며,
파도바역 플랫폼에서 승무원을 발견 못해 미리 탑승했음을 자진 신고했다.
아레초에서 피렌체로 이동할 때는 승무원의 양해를 얻어 앞당겨 탄 경험이 있어,
그 사례를 들며 앞당겨 탄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 검표원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단호하게 “부정 승차”라고 못 박았고,
관광객이라 규정을 잘 몰랐다는 해명도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그 무서운 표정과 단호한 태도에 결국 현금으로 꽤 큰 금액의 벌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표를 자세히 확인해 보니, 예약 시간으로부터 4시간 이내 사용은 가능하지만
지정된 시간보다 앞당겨 탑승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트렌이탈리아의 지역 열차(Regionale)는 지정된 열차에 한해 탑승이 허용되고,
예매한 시간보다 이른 열차에 탑승하는 것은 부정 승차로 간주되며,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즉, 예매한 열차를 놓친 경우, 출발 시간으로부터 4시간 이내(어떤 경우는 3시간 10분)에
출발하는 동일한 노선의 지역 열차를 탑승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고 마음이 무척 불편했고, 씁쓸했다.
귀국해서 이탈리아 교통부와 Trenitalia에 서한을 보내 항의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비 내리는 베로나(Verona) 도착 후 피에트라 다리(Ponte Pietra)
베로나의 포르타 누오바(Porta Nuova) 역에 도착하자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다.
역내에 캐리어를 맡기고 우산을 챙겨 자동판매기에서 버스표를 구해 도심으로 향했다.
우선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이 있는 베로나 아레나까지 이동했다가 다시 버스를 환승하여
로마시대 다리, 피에트라 다리(Ponte Pietra)로 갔다.


아름다운 아치형의 다리인 피에트라 다리(Ponte Pietra)에서 부터 짧지만 알찬 Verona 여행이 시작됐다.
이 다리는 아디제 강(Adige River)을 가로지르며 베로나 구시가지와 북쪽 언덕 지역을 연결한다.
이 다리는 기원 전 100년 경 로마인들에 의해 처음 건설되었다가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돼 원형대로 재건됐다.


베로나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Matricolare)
베로나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Matricolare)은 베로나 구시가지 북쪽,
아디제 강 근처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다.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을 바탕으로, 고딕·르네상스·바로크 요소가 혼합된 복합 양식의 성당이다.
인근에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 in Fonte)과 주교관(Palazzo Vescovile)도
함께 조성되어 있어 중세 베로나 교회 권력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화려한 파사드와 장식된 프레스코화, 티치아노(Tiziano)의 성모 승천화가 있는 대제대가 인상적이라고 하는데,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안뜰로 들어가자 또 다른 단테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고,
손에 든 책에는 ‘신곡’의 유명한 구절 “Nel mezzo del cammin di nostra vita…”
(우리 인생 길의 중간에서…)가 새겨져 있었다.
그의 문학과 정신이 이 도시 곳곳에 깊이 새겨져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단테의 ‘신곡’은 인간의 구원 여정을 그린 기독교적 서사시로, 중세와 르네상스의 사상을 잇는 문학적 전환점이다.
라틴어 대신 이탈리아어로 쓰여 민족 문학의 길을 연 역사적 걸작이다.
고 2 때 본고사 준비차 같은 반 친구들과 독서 토론했던 그 ‘신곡’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대성당을 지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분위기 좋은 베로나의 전통 레스토랑(Il Vicoletto Trattoria)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따뜻한 파스타와 향 좋은 와인, 부드러운 티라미수를 맛보며 비에 젖은 몸과 마음이 함께 녹아내렸다.

시뇨리 광장(Piazza dei Signori)과 에르베 광장(Piazza Erbe)
베로나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시뇨리 광장(Piazza dei Signori)은 중세 궁정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어,
고풍스럽고 위엄 있는 분위기를 풍겼다.
비가 내리는 광장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둘러보기 좋았고,
광장을 중심으로 베로나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것을 느꼈다.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선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석상은
도시의 수호자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이 석상은 1865년 단테 탄생 600주년을 기념해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되었고,
조각가 우고 자논니(Ugo Zannoni)의 손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1312년부터 1318년까지 베로나에 머무르며
‘신곡(Divina Commedia)’의 일부를 집필했으며, 당시 베로나를 다스리던 스칼라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그의 동상은 단테가 실제로 머물렀던 이 광장에 세워져 더욱 의미 깊다.
바로 옆 에르베 광장(Piazza delle Erbe)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비가 그치자 길거리 레스토랑들이 차양을 올리고 분주히 장사를 준비하는 가운데,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생동감 넘치는 색감이 어우러져 베로나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다.

잠시 후 하늘이 맑아지며 햇살이 퍼지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활기가 점차 살아났다.
바닥의 빗물이 햇살에 반사되어 건물과 광장의 색감을 더 선명하게 비추며, 베로나 특유의 생동감을 되찾았다.

광장 곳곳의 조각상과 분수들은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의 역사와 예술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주었다.
람베르티 탑(Torre dei Lamberti)을 바라보며, 그 꼭대기에서 내려다볼 멋진 베로나의 붉은 지붕 풍경을 상상해 봤다.


에르베 광장 중앙에 위치한 마돈나 베로나 분수(Madonna Verona)는
베로나의 정의와 명예를 상징하는 여성상으로, 1368년에 세워졌다.
고대 로마시대(서기 380년경) 조각을 그대로 사용한 이 분수는 광장의 상징이자 인기 포토존이다

검을 높이 든 애국의 여신상(Statua della Libertà Italiana)은 이탈리아 통일과 자유를 상징한다.
대리석 받침대에는 ‘이 성스러운 장소에서 이탈리아 문명은 자유와 정의의 이름으로 검을 든다’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에르베 광장 모퉁이, 비아 카펠로(Via Cappello) 근처에 위치한 이 동상은
베로나 출신의 시인 베르토 바르바라니(Berto Barbarani)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그는 베로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
식사를 마치고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으로 향했다.
비 오는 날씨에도 입구부터 정원(courtyard)까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며,
발 디딜 틈 없는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원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누구나 줄리엣의 발코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발코니에 올라가려면 입장권이 필요하며,
베로나 카드를 이용하면 무료로 입장해 내부 전시 공간과 중세 의상 체험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발코니에 오른 관광객들이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줄리엣 동상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며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우리도 긴 줄을 따라 기다린 끝에, 줄리엣 동상 앞에서 행운을 기원하며 남들처럼 기념사진을 남겼다.

비록 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은 이곳이 아닌 세트장에서 촬영되었지만,
줄리엣의 집은 여전히 로맨틱한 사랑의 상징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
Via Giuseppe Mazzini 거리
Via Giuseppe Mazzini 거리는 베로나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로,
아레나 광장과 에르베 광장을 잇는 번화한 보행자 거리다.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 사이로 세련된 브랜드 매장과 부티크, 카페가 즐비해 걷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거리는 붐볐고, 창문 너머로 비치는 따뜻한 조명과 진열된 상품들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역사적인 건축미와 현대적인 쇼핑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이 거리에서, 단순한 산책조차 하나의 멋진 경험이 되었다.
중세풍의 골목길은 매우 매력적이었고, 골목을 빠져나오는 길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았다.

밝은 오렌지색 건물과 초록색 셔터 창, 그리고 비가 그친 뒤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베로나 특유의 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고대 콜로세움보다 더 잘 보존되었다는 베로나 아레나 앞에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로나 아레나(Arena di Verona)의 웅장함
중세 골목을 빠져나와 베로나 아레나(Arena di Verona)로 이동했다.
원형경기장의 웅장한 모습과 광장의 아름다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레나 주변의 광장은 활기가 넘쳤으며,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 소리가 어우러졌다.
이곳에서의 짧은 시간이지만 베로나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로마 시대 원형극장인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가 웅장하게 펼쳐진 모습이다.
고대의 건축미가 현재의 도시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인상적인 배경을 만든다.
거대한 아치 구조물과 붉은 벽돌, 그리고 파란 하늘이 대비되어 사진 속 장면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고대와 현재가 만나는 베로나의 심장, 브라 광장(Piazza Bra)
아레나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Piazza Bra의 전경.
좌측으로는 테라스 카페와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으로는 아레나와 광장이 어우러진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대 유적과 도시 자연이 한 프레임 안에서 어우러지는 풍경이 인상 깊다.

여름철에는 베로나 아레나에서 오페라가 공연된다고 하니, 언젠가 꼭 다시 와서 감상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다.
베로나의 독특한 분위기와 역사의 향기를 마음껏 즐겼다.
고대 로마의 흔적과 현대의 일상이 공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사람들의 여유로운 산책과 활기찬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광장 옆 카페 거리는 형형색색의 건물들과 클래식한 창문 장식이 베로나 특유의 정취를 전한다.
비가 그친 뒤 반짝이는 바닥 돌과 테라스 좌석들이 여유로운 오후 풍경을 연출한다.
거리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레스토랑과 카페의 테라스가 베로나의 일상적인 여유를 상징했고,
야자수 화분과 빈티지 가로등, 그리고 보일듯 말듯한 아레나가 도시의 색을 더욱 풍성하게 완성해줬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베로나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베로나 아레나 Bra 광장에서 베로나역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베로나 시내의 다양한 풍경을 즐겼다.
남쪽에서 베로나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인 Porta Nuova를 지나 베로나 Porta Nuova역으로 갔다.
이 문은 중세 이후인 16세기에 건설된 베로나 성벽의 일부로,
현재도 고전 양식의 웅장한 구조로 도심 진입의 핵심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문’이라는 이름과 달리,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중세 건축물로 도시의 변화와 확장을 상징한다.
이 외에도 베로나에는 로마 시대의 남쪽 관문인 Porta Borsari, 동쪽의 Porta Leoni,
중세 시대 서쪽 관문인 Porta Palio 등 다양한 시대의 성문들이 도심 곳곳에 남아 있어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역에 도착해 캐리어를 찾고 밀라노행 Itlalo를 타고 밀라노로 출발했다.